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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필사 기록

요약 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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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내용

요약은 텍스트를 읽고 핵심을 추려 논리적으로 압축하는 작업이다. 텍스트를 이해하고 문장을 만들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독해력과 문장구사력 그리고 요약능력은 서로를 북돋운다. 독해력이 좋을수록 요약을 더 잘할 수 있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p.68


오늘의 생각

서울시 인사과에서 어쩌다 공무원으로 일했던 적이 있다. 먼저 고백부터 하자면, 쉬운 일을 하며 워라밸(work life balance)을 누려보고자 공무원에 지원한 측면도 있었다. 나는 공무원으로서 사명감, 투철한 직업의식, 봉사정신은 면접자리에서만 뽐내고 입사한 첫날에 잊어버린 괘씸한 놈이었다.  

그렇게 입사한 인사과의 풍경은 내 기대와는 달리 사뭇 진지했다. 한가롭게 인터넷 서핑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미친 듯이 일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 뭔가 잘못됐는데?'라고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빨리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응해야 했다. 앞자리 사수로부터 일에 필요한 필수정보를 빨리 습득하고, 우리 팀에서 일 잘하는 선배들의 문서들을 훔쳐봤다.

한 3개월쯤 흐르고 나니 모든 일이 문서로 시작해서 문서로 끝난다는 사실을 알았다. 매일 수십 개의 보고서가 만들어지고 팀원은 팀장에게 팀장은 인사과장에게 결재를 올리는 방식으로 일이 추진되었다.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보고서로 평가되었다.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요약을 잘해야 했다. 일단 보고하려는 내용에 대한 사전 정보를 모아 짧은 보고서 기준 5~6장의 초벌 보고서를 만든다. 이것을 진짜 보고용 1장으로 잘 요약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었다. 요약을 잘하려면 핵심내용을 빠뜨리지 않되, 정확한 사실을 적어야 했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보고자가 생각하는 적절한 해결방안(주제)이 잘 드러나도록 보고서를 적는 것이 중요했다.
 
불행하게도 나는 요약을 잘 못하는 축에 속했다. 짧은 보고서는 1장이라는 원칙이 있었지만, 나는 대게 2~3장으로 써서 제출했다. 나름대로 줄일 것은 다 줄였다고 생각했고, 더 줄이면 제대로 보고가 안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친절하고 유능했던 우리 팀장님은 곧잘 스스로 요약을 해서 고쳐주시기도 했는데, 소위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느낄 수 있었다. 팀장님이 과장님께 보고를 올리기에 2~3장은 너무 길었다. 짧은 보고서가 2~3장으로 올라온다면 매일 수십 개의 보고서를 읽어야 하는 과장님 입장에서 60장~100장의 페이퍼를 읽어야 하는데 그건 너무 고역일 테니 말이다.

세월이 흘러 1년 정도 지났을 때쯤이었다. 어느 정도 공무원생활에 익숙해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우리 팀과 앞에 있는 이웃팀이 친목 겸 MT를 가기로 했다. 2개 팀 인원을 합하면 10명 정도 되는 인원이었다. MT를 어디로 갈지, 가서 뭘 먹을지, 가서 뭘 할지 등 계획이 필요했다. 대게 이런 사사로운 계획은 팀의 막내가 하는 것이라고 꼰대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계획을 이웃팀의 팀장님이 2장짜리 보고서로 아름답게 완성하셨다.

2장짜리 보고서는 완벽한 보고서의 전형이었다. 왜 가는지, 가는 인원과 장소는 어디인지, 가서 무엇을 할 것이고, 조편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가서 할 일에 대한 업무는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등 MT의 시작, 중간과정, 끝이 한눈에 보이는 듯했다. 내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본 많은 보고서 중 2장짜리 MT보고서는 그중 최고의 백미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읽는 사람이 원하는 정보를 잘 요약해서 이해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어떻게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30년간 글로 살아온 저자가 답한다.


똑똑하고 글 잘 쓰는 사람이 되려면 요약을 잘해야 한다. 요약을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요약이란 "텍스트의 핵심을 논리적으로 압축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라 요약을 잘하려면 
 
1. 텍스트의 핵심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독해력이 필요하다.
2. 핵심을 잘 압축하기 위한 문장력이 필요하다. 
 
즉 요약을 잘하려면 독해력과 문장력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독해력은 책을 많이 보는 것 외에 방법이 없고, 문장력도 많이 쓰는 것 외에 왕도가 없다. 두 능력 모두 연마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들이 아니다. 일반사람들이 시도하기에 요약의 왕도란 '멋있지만 어려운 길'이다. 그래서 내가 주장하는 것은 조금 쉬운 길을 가자는 것이다.

나는 요약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내 멋대로 요약하기'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 멋대로 요약하기'란 텍스트의 주제가 쉽게 보인다면 그 주제에 따라 요약을 하되, 주제가 어려워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궁금했던 부분을 주제라고 가정하고 요약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의 핵심주제는 ‘논리적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이다. 이를 책에서 구체적으로 ‘뚜렷한 주제의식과 중요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어휘와 문장을 구성해 논리적으로 쓰는 것이 논리적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런 핵심주제가 잘 보이면 이것을 요약하면 된다. 
 
만약 내가 이런 핵심주제를 잘 모르고 읽었다면 내가 궁금했던 부분인 ‘어떻게 하면 요약을 잘할 수 있을까?’에 집중해서 ‘요약은 텍스트의 핵심을 논리적으로 압축하는 것이고, 요약능력을 키우기 위해 독해력을 길러야 한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요약하면, 책 전체를 다 이해하고 핵심주제를 요약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그게 안된다면 내가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부분만 추려서 답을 찾고 요약을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내 멋대로 요약하기'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요약을 잘할 수는 없다. 독해력도 사람마다 천지차이고, 요약 연습을 처음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약에 대해 편하게 접근하고, 책 전체를 멋있게 요약하는 전문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써 '내 멋대로 요약하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약을 쉽게 생각하고 편하게 실천하다 보면, 유시민이 말한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시작을 위해 오늘부터 내 멋대로 요약해 보자. 

필사

요약에 대한 정의와 요약 능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오늘의 필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