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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필사 기록

기가지니를 업그레이드하고 달라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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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내용

생활의 편의와 이기(利器)들이 생산해 내는 그 여유가 무엇을 위하여 소용되는지. 그 수많은 층계, 싸늘한 돌계단 하나하나의 '높이'가 실상 흙으로부터의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나 아닌지...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p.123


오늘의 생각

1월 초쯤이었을 거다. 매년 신년마다 KT에서 TV 수신기 일명 ‘기가지니’를 업그레이드하라고 전화가 오는데 올해도 틀림이 없었다.

홍보전화 내용은 이랬다. 뭔가 새로운 기기가 나왔단다. 이건 인공지능도 빨라지고 TV 동기화도 부드러워졌으며 약정만 연장하면 무료에 설치비도 없다. 뭐 그런 내용이었다. 즉 “신상인데 무료예요!”라는 말이었다.(뭐 약정이 늘어나면 새로 사는 거와 다름없지만…)

안방 보급형? 기가지니


나는 소위 ‘얼리어답터’는 아니지만 기가지니가 “TV 꺼.”, “TV 켜.”만 말해도 곧잘 잘 알아듣는 게 신기하고 기특해서 ‘신상’ 기가지니를 냉큼 구입했다.

거실 ‘신상’ 기가지니

 
내가 ‘신상’ 기가지니를 받고 좋았던 점은,


1. TV를 켜고 KT 메뉴판 이동이 빨라졌다는 점
2. 음성인식 기능이 부드럽게? 작동한다는 점
3. 외관이 예쁘다는 점

이렇게 소소하게 좋은 점이 있었다. 그런데 새롭게 바뀐 기가지니에는 우리 가족에게 작은 갈등을 만들어낸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나의 존경하고 사랑하는 와이프님께서는 기가지니의 음성인식기능을 설거지를 할 때나 거실에서 일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데, 딱 하나만 쓴다. 그건 ‘라디오’다.

KT 메뉴판에도 라디오 기능을 지원하지만 리모컨으로 라디오를 켜기 위해서는 몇 번이나 클릭해야 하는 난관이 있다. 그래서 기가지니 음성인식 기능으로 ‘라디오 켜’, ‘라디오 꺼.’ 라고 명령하여 라디오 청취를 좀 쉽게 하는 것이 와이프의 주된 기가지니 사용처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불행한 일이던가! ‘신상’ 기가지니가 ‘구형’ 기가지니에서는 잘만되던 라디오 ON/OFF 기능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제품을 판매한 당사자가 아니었지만 와이프에게 제품의 하자가 있음을 연신 사죄해야 했고, 이내 입장이 난처해져 버렸다. ‘신상’으로 바꾸면 라디오도 더 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던 나는 거짓말쟁이 피노키오가 되어버렸다.



사실 신상이 다 좋다는 믿음은 근거가 없다. 물론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여 신상을 출시할 때 아쉬운 부분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첨가하는 고된 작업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신형을 쓰는 당사자가 신형의 개선된 점을 좋다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구형이 더 낫다.', '  '구관명관(舊官名官)이다.'라고 한탄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KT는 '신상' 기가지니를 통해 나라는 고객은 만족을 시켰다. '신상'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나는 예상외로 좋은 점이 많아서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신상' 기가지니로 와이프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도리어 잘 쓰던 라디오 기능을 못쓰게 했으니 득 보다 실이 훨씬 큰 일이었다.
 
내 과장된 홍보방식으로 피해를 본 분께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다음부터는 쓰는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기기를 바꿔야겠다. '선보고, 후조치'는 언제나 옳으니 말이다.

필사

편한것만 쫓다가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는 오늘의 필사문장